카드깡. 말만 들어도 손이 떨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신용카드에 달린 현금서비스, 즉 카드깡을 전혀 모르고 쓰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일단 현금서비스는 카드사가 정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결제일이 돌아오면 원금과 수수료를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이걸 ‘깡’이라고 부르는 건 현금 융통이 빠르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문제는 현금서비스 이용 방식과 수수료 구조를 제대로 모르고 쓰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카드사는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에 대해 연 15~24%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매긴다. 게다가 대부분의 카드는 현금서비스 사용 후 결제일까지 거치 기간 없이 즉시 이자가 붙는다. 일부 카드는 1~2일 유예 기간을 주기도 하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현금서비스를 써야 할까? 급전이 필요하지만 은행 대출이 어려운 상황, 예를 들어 병원비, 긴급 생활비, 교통비 같은 경우다. 신용카드 한도 내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반드시 다음 결제일에 전액 상환할 자신이 있을 때만 써야 한다. 만약 일부만 갚고 연체하면 연체 이자가 추가로 붙고 신용등급도 떨어진다.
카드깡을 이용할 때 꼭 알아둬야 할 게 있다. 현금서비스는 무이자 할부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카드가 일시불 결제만 가능하고, 할부를 원한다면 카드사에 별도로 문의해야 한다. 또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은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에 따로 표시되며, 최소 결제 금액에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최소 금액만 내면 나머지는 그대로 이자가 붙는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도 현금서비스를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카드사 앱에 로그인해서 ‘현금서비스’ 메뉴를 누르면 한도와 수수료율이 뜬다. 금액을 입력하고 본인 인증하면 몇 분 안에 계좌로 입금된다. 편리하지만 그만큼 충동적으로 쓰기 쉽다는 게 문제다. 이럴 때는 하루 정도 생각하고 결정하는 습관을 들이자.
반면에 불법적인 카드깡, 하늘페이 즉 가맹점과 짜고 현금을 융통하는 행위는 절대 하면 안 된다. 이른바 ‘깡업체’를 이용해 카드로 가상의 물품을 결제하고 수수료를 떼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이런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적발되면 카드사에서 바로 정지당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최근 금융감독원이 불법 카드깡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카드깡, 즉 현금서비스를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수수료율을 반드시 확인한다. 카드사마다 다르고 같은 카드라도 전월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둘째, 가능하면 단기로만 써야 한다. 1~2주 안에 갚을 수 있는 금액만 빌리는 게 안전하다. 셋째, 현금서비스 전에 카드론이나 마이너스통장 등 다른 대출 상품과 비교해본다. 때로는 은행 대출이 이자가 더 싸다.
또 한 가지 팁. 현금서비스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현금서비스 전용 한도 조정’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한도를 미리 낮춰두면 충동적인 사용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한도를 올려달라고 요청하면 심사가 까다롭고 오히려 신용등급에 안 좋을 수 있다.
카드깡은 마치 긴급용 비상약과 같다. 은행이나 대부업체보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약을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특히 젊은 층에서 카드깡으로 생활비를 메우다가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사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 최근에는 현금서비스 한도를 많이 줄이는 추세다. 게다가 카드사 실적 조건을 채우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억지로 쓰는 것도 금물이다.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은 대부분의 카드사에서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내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자’는 원칙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카드깡을 써야 한다면 이 원칙을 꼭 기억하자.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갚는 게 최선이다. 하루라도 연체가 길어지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현명한 카드 사용은 신용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